장선영
사진=AI생성이미지 [한국AI콘텐츠신문 장선영 기자]
교육심리학에서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은 단순한 자신감과 다릅니다. 반두라(Bandura)는 이를 ‘특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개인의 신념’으로 정의하며, 이는 학습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도록 만드는 내적 동력입니다. 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학습자는 실패를 새로운 시도로 재해석하고, 학습 과정 자체를 즐기는 숙달목표 지향성을 갖게 됩니다. 반대로 자기효능감이 낮은 경우에는 타인의 평가와 비교에 민감한 수행목표 지향성에 머물며, 성취의 지속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AI 통합 학습 환경에서의 변화
최근 진행된 왕융(2024)의 연구는 AI가 통합된 학습 상황에서 자기효능감과 성취목표지향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연구는 중국 대학생 28명을 대상으로 8주간 AI 언어모델 Kimi를 활용한 글쓰기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의 글쓰기 자기효능감은 성과 경험, 대리 경험, 언어적 설득, 정서적 각성 등 네 가지 차원에서 모두 상승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AI가 학습자의 자기효능감을 강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인간 교사의 지속적인 피드백과 정서적 지지가 여전히 필수적임을 보여줍니다.
더 주목할 점은 학습 전략의 변화였습니다. 학생들은 보상 전략, 인지 전략, 사회적 전략을 AI와 함께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문법 교정이나 어휘 제안은 보상 전략으로 활용되었고, 동료 학습자와의 AI 피드백 공유는 사회적 전략을 강화했습니다. 반면 감정 전략과 기억 전략은 상대적으로 덜 사용되었는데, 이는 AI가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감정적 부담과 단순 암기의 필요성을 줄였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기효능감과 성취목표의 연결 고리
연구의 상관분석 결과, 글쓰기 자기효능감과 AI 활용 학습 전략 사이에는 뚜렷한 정적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일수록 다양한 학습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구사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성취목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습자는 실패를 학습 기회로 받아들이며, 장기적 성장에 초점을 둔 숙달목표를 지향했습니다. 반대로 자기효능감이 낮은 학생은 단기 성과와 타인의 평가에 집중하는 수행목표에 머무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AI의 즉각적인 피드백은 학생들에게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며 자기효능감을 끌어올립니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점차 “나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이는 숙달목표 지향성을 강화하는 긍정적 매개로 작용합니다. 결국 자기효능감–성취목표–학습 전략이 삼각 구도로 연결되며 학습 효과를 높이는 것입니다.
교육 현장에서의 적용과 시사점
이 연구는 AI가 학습자의 자기효능감과 성취목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몇 가지 주의점을 남겼습니다. 학생들은 AI 피드백이 글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고 평가했지만, 지나친 의존은 창의적 사고와 독립적 문제 해결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따라서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습자가 자기효능감을 기르고 다양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독서경영 현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 내 독서 프로그램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나도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심어주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개인의 성취목표를 ‘경쟁’에서 ‘성장’으로 전환시키고, 조직 전체의 학습 문화와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AI 역시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성취의 출발점에 서서
AI 시대 학습의 본질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학습자가 AI를 활용해 어떤 믿음을 형성하고 어떤 목표를 세우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자기효능감은 그 출발점이며, 이는 곧 성취목표의 방향성을 결정합니다. 교사와 부모, 조직은 작은 성공 경험을 설계하고,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해석하며, 학습자의 내적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은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성취의 열쇠이며, 자기효능감과 성취목표지향성이 만날 때 학습자는 더 멀리, 더 깊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결국 AI와 함께하는 학습의 핵심도, 언제나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되는 것이지요."
한국AI콘텐츠신문 장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