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기자
[한국AI콘텐츠신문 김상열 기자]
AI 생성 이미지
"창작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2024년, 한국의 한 광고 에이전시는 AI를 활용해 단 3일 만에 20개의 광고 콘셉트를 제작했다. 과거 같았으면 한 달은 족히 걸렸을 작업이다. 생성형 AI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콘텐츠 산업의 모든 영역에서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AI가 창작에 미치는 영향
생성형 AI는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창작을 대중에게 개방했다. ChatGPT로 소설을 쓰고, Midjourney로 일러스트를 제작하며, Suno로 음악을 만드는 시대다. 중요한 것은 기술적 숙련도가 아니라 창의적 비전이 되었다. 생산성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한 웹툰 작가는 배경 작업 시간을 80% 단축했고, 광고 카피라이터는 검토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10배 늘었다. AI는 반복 작업을 처리하며 창작자가 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데이터 중심 창작은 검증된 공식에 의존하게 만들 위험도 있다.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는 AI로 트렌드를 예측하지만 이는 예측 불가능한 창의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저작권과 윤리의 딜레마
생성형 AI의 가장 큰 논란은 학습 데이터다. AI는 수십억 개의 콘텐츠를 학습했지만 대부분 원저작자 동의 없이 수집되었다. 2023년 미국에서 아티스트들이 Stability AI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특정 작가 스타일을 AI가 재현하면서 저작권 경계가 모호해졌다.
AI 생성물의 저작권 귀속도 문제다. 한국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물'만 보호하며, 미국 저작권청은 "AI가 독립적으로 생성한 콘텐츠는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인간이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결과를 선택한 경우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 중이다. 윤리적 문제도 심각하다. 2024년 AI로 재현된 故김광석의 노래가 공개되어 찬반 논란을 일으켰고, AI는 성별·인종·문화에 대한 편견을 학습해 재생산할 수 있다.
인간과 AI의 협업 모델
미래의 창작은 인간과 AI의 협업이다. 인간은 비전과 감성을, AI는 기술 실행과 반복 작업을 담당한다. 아이디어 단계에서 AI가 옵션을 제시하면 인간이 방향을 결정하고, 실행 단계에서 AI가 초안을 만들면 인간이 정교화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직무도 생겨나고 있다. AI 프롬프트 디자이너, AI 큐레이터, AI 윤리 컨설턴트, 하이브리드 크리에이터 등이다. 역설적이게도 AI가 발전할수록 인간 고유의 가치가 부각된다. 감성과 공감, 문화적 맥락 이해, 작품에 담긴 철학, 예측 불가능한 창의성은 AI가 모방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산업별 AI 활용 사례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이 광고, 영화, 음악, 출판 등 문화·콘텐츠 산업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광고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광고 그룹 WPP가 NVIDIA와 협력해 AI 기반 광고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한국에서도 이마트와 CJ ENM이 AI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광고 제작 기간은 60%, 제작 비용은 50%가량 줄어드는 등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
영화 산업에서는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각본 분석부터 시각효과(VFX)에 이르기까지 AI를 전 과정에 통합하고 있다. 2024년 일부 영화는 배경의 70% 이상을 AI로 생성했으며, 마블은 AI 기반 사전 시각화 기술을 활용해 제작 초기 단계부터 영화 전체의 구조와 장면을 설계하고 있다.
음악 분야에서도 AI 작곡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AIVA, Amper Music 등 플랫폼을 통해 제작된 배경음악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AI 생성 곡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사례도 나타났다. 다만 최근 ‘가짜 드레이크’ 사건처럼 저작권 문제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출판과 웹툰 산업에서도 AI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웹툰 작가들은 배경 자동 생성 기술을 활용해 작품 생산성을 3배가량 높였으며, 로이터와 AP 통신은 기업 실적 관련 뉴스를 AI로 자동 작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창작 과정을 지원하고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함께 진화하는 미래
생성형 AI는 인간 창작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한 저작권 기준, 산업별 윤리 가이드라인, AI 리터러시 교육, 그리고 공정한 생태계 구축이다. AI는 도구일 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창작자, 기업, 정부, 소비자가 함께 대화하며 지속 가능한 AI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갈 때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창작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김상열 명지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