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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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주주 반환(Return to shareholders)보다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자본을 집중하는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배당(Dividends) 및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s)에 사용되던 자금이, 이제는 AI 구축과 설비 확장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올해 S&P 500 편입 대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은 약 1.2조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래 최대 규모다. 그 가운데 상위 9개 기업이 전체 규모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처럼 자본적지출(CapEx)이 급증하는 건, 투자자들이 지금 “어떤 기업이 당장 주주환원을 많이 해주는가”보다 “어떤 기업이 AI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투자은행은 자사주 매입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9%로 하향 조정하면서, 그 여유 자금을 대부분 AI 관련 설비 투자로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와 대비해 주주환원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환원이 많았던 기업이 반드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AI 투자에 보다 적극적이었던 기업의 주가 상승폭이 더 컸다.
예컨대 전통적인 자사주매입으로 주주환원에 앞서 있던 기업이 AI 혁신 측면에서 뒤처지자 시장평가에서도 다소 밀리는 흐름이 관찰됐다. 반면 AI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라 불리는 기업군 – 예컨대 클라우드·AI 인프라 중심 기업 – 은 투자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며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AI 투자 흐름이 단지 기술 업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업, 방위산업, 헬스케어, 소비재 등 다양한 산업이 AI를 활용해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나섰다. 예컨대 한 대형은행은 매년 수십억 달러를 AI 개발에 투입하고 있으며, 방위업체는 자율시스템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이처럼 AI 인프라 구축·확장은 전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막대한 설비투자 규모가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기술비용과 규모확장(스케일업) 과정에서 고전하는 사례가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내부 거래 및 자금 순환 구조가 닷컴버블(Dot-com bubble)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은 뒤 ‘이게 정말 값어치를 하고 있는가’라는 계산기를 두드릴 시점이 머지않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된다.
이번 흐름은 단순히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가 아니라, ‘AI콘텐츠’, ‘AI산업’이라는 거대한 기술·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한 단면이다.
결국 핵심은 자금을 어디에 쓰느냐가 아니라, 그 자금이 얼마나 콘텐츠 산업·미디어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실질 가치를 창출하느냐이다.
주주환원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한 기업들이 기술적·산업적 연착륙을 이뤄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기대가 실제 성과를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그간 더해졌던 기업가치 상승이 조정받을 위험 역시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