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대

- 이미지 : pixabay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연방법원에 제소하면서 약 270만 명의 호주 개인 및 가족용 구독 이용자가 오해를 통해 더 높은 요금을 지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의 핵심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오피스 365(Microsoft 365) 구독 플랜에 AI 보조 기능인 ‘코파일럿(Copilot)’을 포함하면서 기존보다 최대 45% 요금을 인상했고, 이 과정에서 저가형 기존 플랜(“클래식 플랜”)을 명확히 안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CCC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0월 말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동갱신이 설정된 개인용 및 가족용 구독 이용자들에게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Copilot 포함 플랜으로 전환하고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안내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Copilot 없이 기존 기능만 유지하면서 요금 인상 없이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는 저가형 플랜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선택지는 공식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해당 선택지는 오직 구독 해지 절차를 진행할 때에만 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개인용 플랜의 경우 연간 구독 요금이 기존 대비 약 45% 인상되어 호주 달러(A$) 159이 되었고, 가족용 플랜은 약 29% 인상되어 A$179가 됐다. ACCC는 이 인상이 단순히 가격 인상이 아니라 구독 구조의 변화와 선택권의 축소를 동반했다고 본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고객 신뢰와 투명성이 최우선이며, ACCC의 주장에 대해 세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규제당국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한 기업-소비자 관계 위반으로 보고 있으며, 벌금·소비자 환급·시정명령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호주 소비자법상 위반 1건당 최고 벌금은 A$5천만이거나 위반으로 인한 이익의 3배, 혹은 위반 기간 기업 매출의 30% 중 큰 쪽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구독요금 논란으로 끝나지 않는다. ‘AI콘텐츠’, ‘AI기술융합’, ‘AI창작’이라는 키워드가 주요 기술 기업의 구독 서비스 설계와 가격 모델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독형 소프트웨어가 AI 기능을 포함하면서 단가가 올라가고, 소비자는 선택권이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 산업으로 보면, 이용자가 AI 기반 기능을 포함한 창작·협업 환경을 무심코 받아들이는 가운데 그 비용·구조적 제약이 뒤늦게 드러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Office 365나 Teams 같은 생산성 서비스는 콘텐츠 창작, 문서·미디어 협업 환경에서 중요한 인프라다. 여기에 AI 보조 기능이 기본으로 융합되면서 새로운 요금 모델이 등장했는데, 그 과정이 소비자 선택권을 약화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이 사례는 기술기업의 ‘AI 기능 포함’ 전략이 단순한 기능 향상 차원을 넘어서 구독 구조 재설계, 가격 프리미엄화(고가화), 소비자 이탈 저지 장치 등을 동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콘텐츠 기업·제작자·플랫폼 이용자에게도 파장을 줄 수 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측이 실제로 법원에서 잘못을 인정하거나 벌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규제당국이 제기한 주장은 아직 소송 초기 단계이며, 기업 방어권이 남아 있다.
다만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 AI 기능을 포함한 플랜으로의 전환이 소비자에게 **자동적 선택(default)**이 된다는 구조적 위험
소비자가 기존 플랜 또는 저가 옵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을 경우 공정한 선택권 침해라는 규제 리스크
- 기술기업이 AI 기능을 프리미엄화하면서 구독 생태계 전체의 가격 체인이 위상 변화 가능성
콘텐츠 산업 측면에서는, AI 기능이 구독형 창작·편집 플랫폼에 빠르게 통합되면서 이용 비용이 상승하거나 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창작자·플랫폼 사업자 모두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비용 구조 변화, AI 기능의 가치 제시 방식, 구독 모델의 투명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AI 기술이 단지 ‘기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미디어 산업·소비자 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구독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기업이 AI 기능을 구독요금·서비스 모델 재설계의 근거로 삼을 때, 콘텐츠 생태계와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두 축이 충돌할 수 있다.
‘AI콘텐츠’, ‘생성형AI’, ‘AI산업’이라는 키워드는 기술혁신을 넘어 산업 전략과 소비자 권리 논쟁까지 포괄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호주 사건은 그 흐름에서 하나의 실증 사례다. 앞으로 구독 서비스에 AI 기능이 포함된 모델이 더 많아질수록, 이용자·창작자·플랫폼 사업자 모두 그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