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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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요 기술기업들이 이번 주 전망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시장의 최대 질문은 다음과 같다: “AI 붐이 기업가치를 급등시켰는데, 과연 이게 다음 버블(bubble)로 이어지는가?”
이번 분기(7~9월)동안 Microsoft Corporation(Microsoft), Alphabet Inc.(Google 모회사), Amazon.com, Inc., Meta Platforms, Inc. 등 이른바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은 견조한 매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술기업들은 앞으로도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자사 발표에서 밝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OpenAI의 최고경영자(CEO) Sam Altman, Amazon 창업자 Jeff Bezos, Goldman Sachs CEO David Solomon 등 업계 리더들은 최근 “기대가 실적을 앞서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들 기업과 클라우드 업체들을 포함한 기업들은 올해 AI 인프라에 약 4천억 달러(≈ 약 500조원 이상)를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AI 프로젝트가 수익·성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는 연구가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한 연구에 따르면 300개 이상 AI 프로젝트 중 약 5%만이 측정가능한 이익을 냈다. 대부분은 파일럿(시험) 단계에서 멈추거나 워크플로우(workflow)에 제대로 통합되지 않으며 규모를 확대(scaling)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Andrej Karpathy(OpenAI 공동창업자 겸 테슬라(Tesla) 전 AI 책임자)은 “모델들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산업계가 너무 큰 도약을 시도하며 ‘대단하다’고 가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맥락에서 AI가 촉발한 기술주 랠리가 약 6 조 달러(≈ 750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늘리는 데 기여했으며, 그 영향이 미국 경제 전반까지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려가 커지는 또 다른 이유는 1990년대 닷컴버블(Dot-com bubble)을 떠올리게 하는 순환적 거래(circular deals) 구조이다. 예컨대 NVIDIA Corporation가 자사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OpenAI에 1 천억 달러 규모 투자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다.
더구나 OpenAI는 Oracle에 향후 3 천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 구매 계약을 포함해 총 1 조 달러 규모의 AI 컴퓨트(compute)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세부 정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또한, 과거 투자 사이클에 비해 차입금(debt)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메타(Meta)는 자사의 대형 데이터센터를 위해 사모신용(private-credit)사인 Blue Owl Capital과 270억 달러 규모의 금융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면서 동시에 그 기업과 거래하는 구조에서는 실제 수요(demand)나 성과(performance)가 아닌 ‘성장 기대(growth expectations)’만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이 흐를 수 있다”고 샌호세 주립대 샌호세주공대(공학) 교수인 Ahmed Banafa는 지적했다.
이번 분기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이 특히 주목받는다. Microsoft의 Azure 매출 증가율은 약 38.4% 수준으로 평가되며, Google Cloud은 약 30.1%, Amazon Web Services(AWS)은 약 18%로 예상된다는 자료가 있다.
한편 전체 매출 증가율은 Microsoft가 약 14.9%, Alphabet이 약 13.2%, Amazon이 약 11.9%, Meta가 약 21.7%로 각각 집계됐다.
그러나 이익(profit) 증가율은 비용 상승 압박으로 인해 둔화될 가능성이 크며, Microsoft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지난 10분기(2년 반) 중 가장 약한 증가폭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실적 발표는 단순히 수치 놀음이 아니다. ‘AI 콘텐츠’, ‘생성형 AI’, ‘AI 산업’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기술·산업의 융합이 재정적·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어떤 궤적을 그릴지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지금까지는 매출 성장과 투자 확대가 시장의 기대를 밀어올렸지만, 향후 수익화의 속도, 밸류에이션의 적정성, 인프라 구축의 과잉 여부 등이 확인되어야 한다. 과잉 기대가 실제 성과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기술주 중심의 랠리에도 적지 않은 리스크가 잠재해 있다.
‘AI 버블’ 논란이 단순히 언론의 자극적 표현이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산업관계자 모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실제로 기술적 전환이 구조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 산업·미디어 산업이 재편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도 유효하다. 결국 관건은 기술이 창의력과 콘텐츠 산업·미디어 산업과 어떻게 융합하는가, 그리고 그 융합이 어떻게 실질 산업적·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