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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대의 AI 리터러시] 창의와 규칙 사이: AI가 제안하는 문장 구조와 인간의 창의력 사이
  • 기사등록 2025-12-15 10:26:05
  • 기사수정 2025-12-22 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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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이라면 AI가 더 잘 쓰지 않을까?"

"AI한테 처음부터 써달라고 시킬까?"


SNS를 운영하거나 어디에 꾸준히 글을 게재하고 있다면 요즘 이런 생각 많이 들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AI가 제안하는 문장은 깔끔하다. 짧고 명확하며, 논리적으로도 흠잡을 데가 없다. 군더더기가 없고, 읽는 사람을 배려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AI가 만든 문장을 보며 말한다. "내가 쓴 것보다 낫다"라고.


진짜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AI가 이렇게 '잘 쓴 문장'을 제안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더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제 창작자가 아니라, AI가 제시한 문장을 그저 골라내는 편집자 역할이나 해야 하는 걸까.


AI가 문장을 다루는 방식은 인간과 다르다. 인간에게 문장은 생각의 결과물이지만, AI에게 문장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 정보의 배열 순서,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흐름. AI는 이를 감각이 아니라 확률로 계산한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잘 정돈된 문장'이다.


문제는 이 문장들이 틀려서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완벽하다는 데 있다. 실패하지 않는 문장, 논란을 만들지 않는 문장, 평균 이상의 만족을 보장하는 문장. AI는 문장을 창작의 영역이 아니라 최적화의 대상으로 다룬다.


'그 규칙이 나쁜가'가 아니다. 인간 역시 오랫동안 글쓰기의 규칙을 만들어왔다. 서론–본론–결론, 두괄식, 기승전결. 이 구조들은 글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널리 쓰인다.

핵심은 규칙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사용 방식이다. 규칙이 사고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를 대신하는 공식이 되는 순간, 글은 무난해지는 한편 무색해진다.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보잘것없어진다는 뜻이다. AI의 문장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한편 감흥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검증된 틀 안에서 가장 무난한 선택지만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글의 구조를 깨라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건 왜 구조가 필요한지를 묻는 태도다.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규칙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선택한 구조만이 창작의 일부가 된다. AI는 규칙을 따르고 권한다. 인간은 규칙을 선택한다. 이 선택의 개입이 있을 때, 문장은 단순히 잘 쓰인 글을 넘어 의도를 가진 표현이 된다.




우리가 오래 기억하는 문장들을 떠올려보면, 어딘가 공백이 보인다. 그 여백이 바로 독자가 설 자리다. 그 공간 덕분에 독자는 잠시 멈춰서 생각하게 된다. 창의성은 완벽한 구조에서가 아니라, 구조의 틈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AI는 이 틈을 최소화한다. 불필요한 위험을 제거하고, 가장 안정적인 형태로 문장을 다듬는다. 때로는 그 안정성을 일부러 포기하는 것이 인간이다. 더 정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자기다운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다. 이 지점에서 AI와 인간이 쓴 글의 특징이 갈린다.


오늘날의 글쓰기는 AI를 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AI가 제안한 문장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일부만 취할 수도 있으며, 의도적으로 거부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자동이 아니라 판단의 결과여야 한다는 점이다.


AI의 도움을 받으면 문장을 더 쉽게, 더 정교하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문장에 여백을 만들어 사유의 틈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의도가 개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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