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영
사진=AI생성이미지
[한국AI콘텐츠신문 장선영 기자]
2022년 말, 인공지능 챗봇 ‘ChatGPT’의 등장은 교육계에 충격을 안겼다. 학습자보다 더 유창한 문장을 만들어내고, 논리적으로 주장을 정리하며, 과제의 기초가 되는 아이디어를 단숨에 제공하는 이 도구는 교실의 풍경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학생들은 묻기 시작했다. “이제 굳이 내가 써야 할 필요가 있나요?” 교육자들은 고민했다. “AI가 숙제를 대신해주는 시대에, 학습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제 우리는 단순히 새로운 도구의 등장 앞에 선 것이 아니다. 지식의 생산과 소비 구조 자체가 바뀌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서 있는 것이다.
기존 교육의 틀, 그리고 생성형 AI의 충격
20세기 교육은 주로 산업화 시대의 요구에 맞춰 설계되었다. 정해진 지식을 암기하고, 표준화된 시험을 통해 평가받는 시스템은 ‘얼마나 많이 아는가’를 중심으로 작동했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주체였고, 학생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자였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이 구조를 빠르게 무력화시킨다. 누구나 언제든 질문을 입력하고, 답변을 받아볼 수 있으며, 그 답변의 퀄리티는 종종 전문가 수준에 가깝다. 이제 학생은 굳이 교사에게 질문하지 않아도 되고, 책을 펼치지 않아도 지식을 확보할 수 있다. 학습이 단방향에서 양방향으로, 이제는 AI와의 협업적 탐구 과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교수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 그리고 'AI 동반 학습자'로
이전까지는 학습자 중심 교육이 진보적인 교육 철학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다. 학습자는 더 이상 혼자 중심이 아니다. 생성형 AI가 학습자의 ‘동반자’로 교실에 들어온 이상, 교육자는 이제 ‘인간-기계 협업’의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 암기형 과제나 요약형 리포트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ChatGPT를 이용하면 그 정도 결과물은 쉽게 도출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AI가 생성한 글의 오류를 분석해보라’거나 ‘AI가 생성한 의견에 비판적 입장에서 반론을 제기하라’는 과제가 학생의 사고력을 더 깊이 자극한다. 이런 방식은 자연스럽게 고차 사고력,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교육의 핵심으로 부상시킨다.
실제 연구와 사례에서 본 패러다임 전환
최근 『AI 통합 언어 학습 상황에서의 글쓰기 자기효능감과 학습 전략에 대한 연구』에서는 Kimi라는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한 실험수업을 8주간 진행한 결과, AI 활용 집단에서 학습자의 글쓰기 자기효능감과 학습 전략 사용 수준이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특히, AI의 답변을 검토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활동이 학습자의 주도성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처럼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새로운 학습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은 이제 더 이상 ‘지식을 얼마나 외우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과정이 아니다. AI와 함께 지식을 어떻게 새롭게 구성해내는가가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배움의 질문’
많은 교사들이 여전히 AI의 사용을 두려워하거나 제한하려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금지냐 허용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AI와 함께 어떤 배움의 경험을 설계할 것인가이다. ChatGPT를 활용한 글쓰기, 발표 대본 만들기, 탐구 과제 설계, 디지털 윤리 토론 등은 모두 교육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교육은 ‘기술을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제 교사는 정보의 공급자가 아닌, AI를 포함한 지식 생태계의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학생은 소비자가 아닌 창조적 협력자로 성장해야 한다.
진짜 전환은 기술중점이 아니라, 철학이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생성형 AI는 교육에 위기를 가져오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된 교육 모델의 한계를 선명하게 드러내주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배척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등장에 맞춰 교육의 철학과 구조를 새롭게 재설계하는 것이다.
다시 묻자.
“AI가 가르치는 시대, 우리는 어떤 배움의 질문을 품어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이, 앞으로의 교육을 결정지을 것이다.
한국AI콘텐츠신문 장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