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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영의 AI 교육 인사이트 2] 자기주도학습과 AI 수용행동이 만났을 때
  • 기사등록 2025-10-21 21: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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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생성이미지

[한국AI콘텐츠신문 장선영 기자]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AI에게 맡겨버리는 거 아닌가요?”
부모나 교사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AI 활용이 학습자의 자기주도성을 약화시키는가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자기주도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점이 더 크게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대학생의 생성형 AI 수용행동 결정 요인’ 연구에서는 자기효능감, 지각된 유용성, 사용 용이성이 AI 수용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자기효능감은 ‘내가 AI를 학습 도구로 잘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있을 때 학습자는 AI에게 문제 풀이를 전가하는 대신, AI를 통해 새로운 학습 전략을 실험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자기주도학습을 확장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은 '주체적 목표'와 '전략'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 SDL)은 학습자가 목표 설정 → 계획 수립 → 실행 → 자기평가의 전 과정을 스스로 책임지는 학습 방식입니다. AI는 이 과정에서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대학생이 논문 작성 과제를 맡았다면,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자료 수집과 정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연구 주제에 맞는 핵심 논문 목록, 주요 개념 설명, 초안 구조 제안 등을 단시간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AI가 제안한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필요성과 적합성을 판단하고 수정하는 것입니다.


미국 한 대학에서 진행한 8주간의 AI 글쓰기 지원 실험(Kimi 활용 사례)에서는, AI를 단순 번역기처럼 사용한 집단보다 AI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계획-수정-재작성 과정을 반복한 집단의 글쓰기 자기효능감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는 AI가 ‘정답 제공자’가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자극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AI 수용행동의 심리적 요인


AI 수용행동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심리적·태도적 요인과 깊이 연결됩니다. 기술수용모델(TAM)과 확장된 UTAUT 모델을 기반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 다음 세 가지가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첫번째, 지각된 유용성(Perceived Usefulness)입니다.
학습자가 AI를 사용함으로써 학습 성과나 효율이 향상된다고 믿을 때, 수용 행동이 강화됩니다. 예를 들어, 한 고등학생이 AI를 활용해 수학 풀이 과정을 단계별로 시각화했을 때, 복잡한 문제 해결 속도가 빨라지고 개념 이해가 명확해진 경험은 AI의 유용성을 확신하게 만듭니다.


두번째, 지각된 사용 용이성(Perceived Ease of Use)입니다.
조작이 어렵거나 인터페이스가 복잡하면, 학습자가 자기주도적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직관적인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학습 몰입을 돕고, 질문과 피드백의 반복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세번째, 신뢰(Trust)입니다.
AI의 정보가 정확하고 편향되지 않았다는 믿음이 없으면, 학습자는 AI를 참고 자료로만 제한합니다. 신뢰가 확보될 때, AI는 학습 계획의 초기 단계부터 통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AI와 함께한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한 대학의 경영학 수업에서 ‘신사업 제안서 작성’ 팀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A팀은 주제 선정부터 자료 조사, 경쟁사 분석, 재무 모델링까지 전 과정에 ChatGPT와 Perplexity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처음엔 AI가 제시하는 자료가 과연 신뢰할 만한지 의문이 많았지만, 팀원들은 각자 AI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제 데이터베이스(Statista, KOSIS)와 교차 검증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결과적으로 A팀은 AI의 제안을 그대로 쓰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수정하며 자기주도적으로 과제를 완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은 “AI가 시간을 줄여준 만큼, 우리는 전략과 창의성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AI 활용이 학습자의 ‘주도권’을 약화시키기보다, 오히려 사고의 고도화에 시간을 투자하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AI 활용과 자기주도학습의 균형 전략


최근의 AI 교육 관련 연구(예: 확장된 기술수용모델과 자기주도학습 간 관계 분석, 생성형 AI 기반 학습전략 연구 등)를 종합하면, AI를 효과적으로 통합한 자기주도학습은 단순한 ‘도구 사용’이 아니라 학습 구조 설계와 메타인지 전략의 결합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다음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네 가지 심화 전략입니다.


첫번째, 질문 중심 학습(Ques­tion-Centered Learning) 유지입니다.
AI를 학습에 투입할 때는 단순한 ‘정답 추출형 질문’보다 개념 간 연결, 원인·결과 분석, 대안 탐색형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 공식의 답은 뭐야?”가 아니라, “이 공식을 다른 맥락에서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처럼 추론과 전이(transfer)를 유도하는 질문을 설정해야 합니다. 교육심리학에서 말하는 상위 사고(Higher-Order Thinking)를 자극하는 질문은 학습자가 AI를 비판적 동반자로 활용하게 하고, 이는 곧 자기주도학습의 질적 수준을 높입니다.


두번째, 비판적 검증(Critical Validation) 습관 내재화입니다.
AI의 출력은 방대한 데이터 학습에 기반하지만, 편향·오류·시대착오적 정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가 제시한 정보는 최소 두 개 이상의 신뢰할 수 있는 1차 자료(학술 데이터베이스, 공식 통계 등)와 비교·검증하는 절차가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사실 검증 체크리스트’를 학습 루틴에 포함시키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컨대, 학습자가 AI가 제공한 그래프를 KOSIS, OECD, Statista 등의 데이터와 대조하는 과정은 단순한 정확성 확인을 넘어, 정보 해석 능력과 데이터 리터러시를 함께 향상시킵니다.


세번째, 목표와 AI 역할(Role Specification) 명확화입니다.
AI를 학습에 적용하기 전, 이번 학습의 1차 목표와 AI의 구체적 역할을 명시해야 합니다. 이는 교육공학에서 말하는 도구의 적합성 분석(Instrumental Fit Analysis)과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목표가 ‘개념 이해’라면 AI는 예시와 비유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기고, 목표가 ‘논문 작성’이라면 구조 제안과 문장 다듬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AI의 위치를 설정하면, 학습자가 AI 의존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계획-실행-평가의 자기주도적 순환 구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네번째, 학습 일지(Learning Journal)와 메타인지 기록입니다.
AI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통찰, 수정한 아이디어, 추가로 떠오른 질문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면 자기평가(Self-Assessment)와 성찰(Reflection)의 질이 높아집니다. 특히 메타인지 관점에서, ‘어떤 질문에 AI가 효과적으로 응답했는가?’, ‘어떤 상황에서 AI의 한계가 드러났는가?’를 분석하면 다음 학습에서 전략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학습자가 4주간 AI 활용 일지를 작성하며 질문 유형별 AI의 반응 품질을 분석한 결과, 개방형·비판형 질문에서 AI의 교육적 가치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과제에서 질문 설계를 개선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네 가지 전략은 AI를 ‘빠른 답변기’가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학습 파트너로 자리매김시키는 핵심 기제가 됩니다. 다시 말해, AI 시대의 자기주도학습은 기술적 숙련 + 메타인지적 성찰의 결합 없이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AI는 학습자의 자율성을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율성을 더 넓은 차원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도구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무엇을 해주느냐’보다 ‘AI와 함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오늘 AI에게서 얻은 답보다, AI 덕분에 내가 더 깊게 고민한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한국AI콘텐츠신문 장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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