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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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AI콘텐츠신문 장선영 기자]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우리의 일상과 학습, 관계, 심지어 정체성 형성까지 깊이 스며든 도구가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하루 종일 메신저·검색·SNS·강의 수강·결제까지 이어지는 생활 속에서,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 삶의 ‘확장된 뇌(extended mind)’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 성숙도(digital maturity)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등장합니다.
스마트폰 사용, 편리함과 의존의 양면성
스마트폰 사용은 학습과 소통에 큰 편의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이 과제를 할 때 도서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수많은 논문을 검색하고, AI 기반 앱을 활용해 글쓰기나 번역을 보조받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과 하이브리드 강의가 일상화되면서, 스마트폰은 사실상 개인 학습실이자 교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의존의 그림자도 짙습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4시간 이상이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유튜브나 숏폼 영상 시청에 할애됩니다. 단순한 과몰입을 넘어 수면 부족, 학업 지연, 대면 관계 회피, 우울감 증가와 같은 부정적 결과가 보고되고 있지요.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스마트폰 시간을 줄이자’가 아니라, 사용의 질을 높이고 자기조절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성숙도의 개념과 세 가지 차원
‘디지털 성숙도(digital maturity)’라는 개념은 단순히 디지털 기기에 능숙하게 접근하고 많이 아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자기 삶을 어떻게 조직하고 사회 속에서 책임 있게 살아가는가와 연결됩니다. 예컨대, 스마트폰 앱을 빠르게 설치하고 기능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이 기술 숙련이라면, 어떤 앱을 선택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디지털 성숙도의 문제입니다. 즉, 성숙도는 지식과 기능을 넘어선 태도와 가치, 그리고 자율적 주체성의 영역에 속합니다.
첫 번째 차원은 자율성(autonomy)입니다. 이는 스스로 사용 목적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지요. 디지털 자율성이 높은 사람은 충동적으로 기기를 켜는 대신, “지금 이 시간에 내가 무엇을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집니다. 반면 자율성이 낮으면 사용 시간이 자신도 모르게 늘어나고, 기기에 종속되기 쉽습니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자율적 조절 전략을 습득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스마트폰 사용 후 피로감과 우울감을 덜 느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 차원은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입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문제를 창의적으로 풀어가는 능력은 단순히 검색 능력을 넘어섭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이 과제를 준비하면서 AI 도구를 활용해 자료를 정리하거나, 온라인 협업 플랫폼을 통해 팀원들과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문제 해결 역량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스마트폰은 방대한 정보와 도구를 담고 있지만, 그것을 무질서하게 소비하는지, 아니면 목적을 가지고 가공해 학습과 생활에 적용하는지는 성숙도의 차이에서 갈립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차원은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입니다. 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타인을 존중하고, 윤리적·책임감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디지털 시민성이 부족하면 혐오 발언, 가짜 뉴스 확산, 무분별한 개인정보 노출 같은 부정적 현상이 나타나지요. 그러나 성숙한 시민은 댓글 하나를 달 때도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고,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며, 기술을 공공선에 기여하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디지털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세 가지 차원이 균형 있게 발달할 때, 스마트폰은 단순히 중독을 유발하는 위험한 기기가 아니라 개인의 성장을 촉진하고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는 지적 자산이 됩니다. 디지털 성숙도는 선택이 아니라, 이제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길러야 할 현대인의 기본 소양이라 할 수 있지요.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접근
스마트폰과 관련된 교육은 그동안 ‘중독 예방’이나 ‘사용 제한’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을 줄이라는 지침은 학생들의 반발심을 키우고, 오히려 부모나 교사의 눈을 피한 음성적 사용을 늘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이제는 스마트폰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삶과 학습 속에서 어떻게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 첫걸음은 자기인식 훈련입니다. 학생이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기록하게 하면, 무의식적인 사용 패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기록은 곧 자기조절의 기초가 되지요. 여기에 목표 기반 활용을 더하면 효과가 커집니다. “오늘은 리포트 자료를 30분 찾겠다”와 같이 구체적 목적을 세우고 기기를 쓰면, 무분별한 사용이 목적 있는 활동으로 전환됩니다. 이는 스마트폰을 ‘시간 도둑’이 아닌 ‘성취 도구’로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공감과 윤리 교육 또한 빠질 수 없습니다. 온라인 언어 하나, 짧은 댓글 하나가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배우는 훈련은 디지털 시민성 형성에 필수적입니다. 나아가 학습 현장에서는 AI 기반 코칭 도구를 접목할 수 있습니다. 학업 지연 행동을 줄이고 시간 관리 습관을 형성하는 AI 앱은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맞춤형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강화합니다. 이러한 통합적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덜 쓰는 아이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지혜롭게 다루며 성숙한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 드러난 스마트폰과 성숙도의 관계
제가 검토한 『청소년 디지털 참여와 정신적 웰빙: 디지털 성숙도에 대한 연구』(2023)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청소년을 ‘라이트 사용자(적게 사용하는 집단)’, ‘리저브 사용자(중간 정도)’, ‘아웃고잉 사용자(활발한 참여자)’로 나누어 분석했는데, 단순히 사용 시간이 많다고 해서 웰빙이 낮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웃고잉 사용자’ 집단에서도 디지털 성숙도가 높을 경우 정신적 웰빙 수준이 안정적이었습니다. 반대로 성숙도가 낮으면, 같은 사용량이라도 우울, 불안, 사회적 고립감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는 곧 스마트폰 사용의 ‘양’보다 ‘성숙한 디지털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디지털 성숙 교육
교육 현장에서 만난 한 학생은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1시간 넘게 SNS를 보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피곤은 누적되고 과제는 미뤄지기 일쑤였지요. 그런데 ‘디지털 성숙도 워크숍’에서 ‘스마트폰 첫 화면을 바꾸기’라는 실습을 한 후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SNS 앱을 뒤로 빼고, 대신 일정 관리·독서 앱을 앞으로 배치하니, 무의식적으로 SNS를 켜는 습관이 줄어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엔 제가 스마트폰에 끌려다녔다면, 이제는 제가 스마트폰을 다루는 느낌이에요.”
이처럼 작은 실천이지만, 자기조절 전략을 배우고 적용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성숙의 시작입니다.
디지털을 성숙하게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금지나 억제가 아니라, 스스로를 조율하며 성숙한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는 힘을 기르는 일이지요. 스마트폰이 아이의 시간을 빼앗는 적이 아니라, 배움과 성장을 돕는 친구가 되려면, 부모와 교사, 사회가 함께 디지털 성숙도를 키워주어야 합니다.
오늘 스마트폰을 손에 쥘 때, 아이와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나는 지금 이 도구를 지혜롭게 사용하고 있는 걸까?"
한국AI콘텐츠신문 장선영 기자